사랑, 그 잔인한 행복 스크린에 넘쳐 나는 각종 버전의 사랑 이야기는 요약하면 대개 둘 중 하나다. 남녀가 만나 우여곡절 끝에 행복하게 맺어지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별에 처한 남녀가 애절한 사랑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희극이든 비극이든 사랑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멜로 영화의 정석이다. 그러나 현실 속 사랑이 어디 그렇던가. 영원할 것만 같던 뜨거운 감정도 결국은 한때요, 피치 못할 사정은커녕 십중팔구는 스스로 변질되고, 이별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시작할 땐 우리들을 한 없이 행복하게 만들다가도, 이별 앞에선 후회와 상처와 미움으로 지독하게 고통스럽게 만드는 게 사랑이다. 너도 나도 공감하며 부른다는 유행가의 단골 레퍼토리도 사랑의 기쁨만큼 많은 게 사랑의 상처다. 영화 <행복>은 바로 이런 양면성을 가진 우리네 사랑 이야기다. 몸이 아픈 남녀, 가슴 아픈 이별… 설정만 보면 눈물 깨나 쏟게 하려는 신파의 전형으로 보이지만, 이 상투적인 신파 공식도 <행복>에선 사랑의 이중적인 속성을 역설할 뿐이다. 몸이 아픈 사람들이 생기 있게 연애하는 모습을 통해 한편으론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달콤한 것인지 이야기하고, 병 때문에 애절하긴커녕 병 때문에 더욱 잔인해 보이는 이별 모습을 통해 한편으론 사랑이 얼마나 씁쓸하고 현실적인 것인지 뒤집어 보여준다. 이처럼 <행복>은 사랑의 낭만만을 변주하는 동화 같은 로맨스가 아니라, 한번쯤 연애를 해본 성인이라면 누구나 딱 내 얘기!라며 웃고 울며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의 로맨스다. 연애의 쓴맛 단맛을 모두 버무린, ‘진짜 사랑을 아는 성인들의 로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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