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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골목길을걷다

인도의 음식

 

 

 

 

30년전 처음으로 외국인들의 서로 다른 식(食)문화를 경험했다. 당시 태국 방콕의 국제연수과정에 참여했던 필자는 10개국에서 온 다른 나라의 연수생들과 단체로 식사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이들 연수생들의 피부색만큼이나 다양한 식문화, 각양각색인 금기음식으로 인해 행사 주최 측은 매번 음식 준비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를테면 인도에서 온 힌두교도는 야채 종류만 먹고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온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특히 인도에서 온 연수생들은 우리가 쇠고기를 주문해서 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곤 해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인도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과거 방콕에서 겪었던 식문화 차이에 따른 어려움을 거의 매일 경험하고 있다. 우선 인도인들과 식사 약속을 하면 채식주의자인지 여부를 사전에 파악해서 대비해야 한다. 사전 파악이 어려울 경우에는 약속장소에서 식사를 주문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만 한다.

인도의 다채로운 요리 모습

인도 정부나 정계의 주요 인사들을 초빙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대사관저의 행사도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우선 개인별로 음식 취향 내지 식습관을 파악하는데 그 내용이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육식을 하는 사람과 채식을 하는 사람으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육식주의자들도 대부분 닭고기와 양고기만 먹고 다른 고기는 먹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일부 익힌 생선은 먹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인도의 음식문화


인도는 방대한 국토와 복잡한 인종, 그리고 종교만큼이나 음식문화도 매우 다양하다.

인도 요리는 지역에 따라 북부, 남부, 동부, 서부 요리로 구분된다. 밀가루로 만든 ‘난’이나 ‘짜파티’를 주식으로 하는 인도 북부에서는 빠니르(paneer,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두부처럼 생겼으며 맛도 두부와 유사하다), 기(ghee, 버터의 일종), 요구르트 등 유제품과 여타 향신료들을 많이 사용한다.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서 만든 난

‘짜파티’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쳐서 철판에 구운 것이고 ‘난’은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탄두르(tandoor)’라는 인도 화덕에 구운 것으로 짜파티보다 고급스러운 음식이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쳐서 철판에 구운 짜파티
짜파티를 만드는 모습

인도 남부에는 육식을 하지 않는 힌두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이들은 강한 향신료와 ‘칠리’라고 하는 작고 매운 고추, 코코넛 밀크와 우유로 만든 크림 등을 많이 먹는다. 남인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도사(dosa)’다. 이것은 쌀가루를 반죽해서 여러 가지 형태로 튀겨낸 것인데 감자나 양파 등의 야채와 향신료, 양념들과 함께 말아 먹기도 한다.

남인도의 튀김음식 ‘도사’
바나나 잎에 차린 검소한 남부 음식

인도 동부 요리는 달착지근한 후식으로 유명하며 이들 후식 요리는 북부지역에서도 인기가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의 입맛에는 너무 달아서 자주 먹기에는 부담이 된다. 또 바다(벵골만)를 끼고 있는 지역적 여건 때문에 생선 등 해산물 요리가 발달돼 있고 인접한 방글라데시와 음식문화가 비슷하다.

인도 서부의 음식은 다른 지역에 비해 별다른 특징이 없고 널리 보급돼 있지도 않다. 서부지역에는 쌀, 코코넛, 생선 등을 주로 사용하는 전통요리에 과거 포르투갈 식민지의 영향을 받은 서구식 요리가 혼합되어 있다. 그러나 인도 서부 산간지방이나 고원지대에서는 코코넛 대신 땅콩, 쌀 대신 밀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는다.

이외에 몽골계 소수 인종들이 살고 있는 인도 동북부의 아삼, 아루나찰 프라데시, 나갈랜드, 마니푸르 지역에서는 우리 음식과 비슷한 수제비, 국수, 밥, 만두 등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통상 티벳 요리로 알려진 이들 동북부 지역 음식들은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북부음식이 인도 음식의 대표 주자


인도 음식은 천차만별에 지역별로 종류가 다양하기는 하지만 그 대표 주자는 북부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인도 북부는 수천년에 걸쳐 외부와의 교류가 이루어진 중심지로 페르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등 이민족의 침입은 인도에 피해를 주기도 했지만 인도의 문화, 특히 음식에 미친 영향이 컸다. 외부 문물을 접할 수 있었던 중국, 아랍 등과의 교역도 주로 델리를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중앙아시아, 몽골 등 이슬람 민족의 침입과 지배는 국물소스가 들어간 그래비(gravy), 쌀밥에 고기, 야채, 향료 등을 가미하여 조리한 필라프(pilaf), 양고기를 꼬치에 끼워 구운 케밥(kebab) 등의 요리를 인도에 소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슬람 민족과 함께 살구, 멜론(melon), 복숭아, 자두 등이 인도 땅에 들어왔다.

인도 요리의 대명사처럼 되어있는 탄두리 치킨, 난, 달 마카니(팥과 비슷하게 생긴 인도 콩을 푹 고은 다음 양념해 놓은 스튜), 로간조쉬(양고기 커리 스튜) 등은 인도 북부가 원산이다. 이외에 ‘사모사(samosa)’ 라고 하는 인도 북부지역에서 스낵으로 인기가 있는 인도식 만두는 으깬 감자로 만두피를 만들고 향신료로 간을 한 닭고기로 속을 채워서 튀긴 요리다.

팥과 비슷한 인도 콩을 푹 고은 다음 양념해 놓은 ‘달 마카니’
인도 북부에서 스낵으로 인기있는 튀김음식 ‘사모사’

중앙아시아, 중동지역 국가들에서도 ‘사모사’, ‘난’, ‘짜파티’ 등과 유사한 음식을 일용하고 있어 인도와 이들 국가들 사이의 역사적 교류와 문화적 공통성을 엿볼 수 있다.

복합적 기능을 가진 인도음식 향신료


수년전 한국에서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는 책이 출간되어 인도 카레의 존재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카레의 정식명칭은 커리(curry)로 인도음식 고유의 맛을 내는 향신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카레 자체가 요리를 의미하지만 인도에는 커리라고 하는 요리가 없다. 앞서 언급한대로 커리는 음식의 맛을 내기위한 소스 또는 양념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향신료는 작고 매운 칠리 고추, 검은 겨자씨(라이), 카민 열매(지라), 심황뿌리 가루(할디), 호로파 씨(매씨), 생강(아드락), 마늘(라산) 등이다. 인도의 향신료는 ① 신선한 향기로 식욕을 촉진시키고 ② 육류나 생선의 역겨운 냄새를 완화시키며, ③ 매운 맛과 향기로 타액이나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④ 천연 색소로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등 복합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도의 향신료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것은 맛살라(masala)이며, 지역에 따라 들어가는 성분과 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계피, 고수풀, 회향, 건고추 등에 심황뿌리 가루를 섞어서 만든다. 다양한 재료들을 배합하여 만든 맛살라는 단순한 향신료의 의미를 넘어 인도문화를 대표하는 용어가 되고 있다.

맛살라 영화로 불리는 인도 영화에는 서구의 힙합, 인도의 전통음악 내지 현대음악, 춤 등이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 있다. 음악에도 인도의 전통음악과 서구의 팝이 합성된 맛살라 음악이 있다. 심지어 끓인 우유에 짜이(차) 잎을 우려내고 설탕과 생강즙을 적당히 가미한 맛살라 짜이도 있다.

역사적으로도 맛살라 통치가 있었다. 16세기 인도를 통치했던 무굴제국의 악바르 황제는 문화적, 정치적 통합을 통해 자신의 국민들은 물론 적들로부터도 경외심을 불러일으킨 통치자였다. 그는 무슬림이면서도 힌두 축제를 즐기고 미간에는 제3의 눈을 찍어 힌두교도처럼 행세했다. 총리에 힌두 브라만 출신 ‘비르발’을, 재무 대신에 펀잡 출신 ‘토다르 말’을 등용했으며, 가장 총애하던 부인은 힌두 출신 ‘조다 바이’였다.


출처 : 다음 아시아 방 / 글쓴이 :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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