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우체국
스프링복
최향기
2007. 4. 6. 13:02
숨 가쁘게 달리는 당신께 |
“헛된 것을 더하게 하는 많은 일이 있나니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하랴”(전 6:11)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오늘도 숨 가쁘게 하루를 산 당신에게 이 편지를 띄웁니다. 마치 바쁘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을 수 없는 양 오늘도 바쁜 일정 속에서 허덕거린 당신에게 잠시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드리려고 이 편지를 씁니다. 오늘도 당신은 쉼표 없는 악보처럼 하루를 살았습니다. 추억 속에 우리를 뒤돌아보면 행복했던 순간은 한 포기 들풀에 걸음을 멈추고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의 끝자락을 밟을 때거나, 아이들과 뒹굴 때거나, 그런 시간들이었음을 우리는 쉽게 잊고 살아갑니다. 언젠가는 쉴 시간이 있을 것이며 그때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생각은 당신의 환상에 불과합니다. 악보의 쉼표처럼 인생의 쉼표를 지키지 않으면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복을 우리는 미련한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스프링복은 풀을 남보다 먼저 차지하려고 초원을 전력질주하다가 자신이 뛰는 목적을 잃어버리고 가속도가 붙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삶의 목적을 잃고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앞만 바라보고 달리다가 어느 날 문득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 자문하며 깊은 회의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빨리 달리려다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해 스스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를 향해 손짓하는 나뭇잎, 안아달라고 달려오는 아이들, 나를 스쳐가는 이웃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잠시 쉬었다가 가십시오. 쉬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십시오. 그 시간에 당신은 창의적인 생각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오인숙(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