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우체국

사랑하는 당신께

최향기 2007. 4. 19. 12:38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하오 >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우느니라.”(잠10:12)

부부가 함께 세월을 보내면서, 예쁜 짓, 미운 짓 다 보고 살면서 곱게만 보일 리 없지만 ‘뒤꼭지까지도 미워 죽겠다’ ‘하는 짓마다 미운 짓만 골라 한다’ ‘아예 포기했다’ 하는 부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 글을 씁니다.

어느 부부가 서로 다투며 사는데 짜증이 나 어느 날 아내가 제안을 했답니다. 상대가 미운 짓을 할 때마다 그 내용을 적어 상자에 넣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아내가 가진 상자에 남편의 단점을 쪽지에 적어 넣었고, 남편 역시 그렇게 했습니다. 한 달이 차 부부는 서로 상자에 넣은 쪽지를 꺼내 읽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못마땅할 때마다 적어 넣은 내용을 이것 보라는 듯이 줄줄 읽어 내려 갔습니다. 양말을 함부로 내팽개쳐 놓은 일에서부터 전화도 없이 새벽 한시에 들어온 일까지 남편의 잘못이 아내가 접은 쪽지를 풀 때마다 줄을 이어 나왔습니다. 아내는 ‘내가 당신 때문에 이렇게 속이 상하다’는 것을 알겠느냐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번에는 남편이 아내가 못마땅할 때마다 적어 놓은 쪽지를 펼 차례였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에 대해 무엇을 썼는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습니다. 남편은 처음 쪽지를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두번째 쪽지도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번째, 네번째…. 모든 쪽지에 똑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서로의 못마땅한 점을 속속들이 아는 것이 부부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하는 관계가 또한 부부일 것입니다. 단점도 서로 보듬어 안는 부부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오인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