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골목길을걷다
여행 짐 싸기
최향기
2007. 6. 18. 09:16
휴가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올 여름엔 어디로 갈까? 사실 여행은 떠날 때보다 여행을 준비하며 계획하고 상상하는 과정이 더욱 즐거운 법. 그 중에서도 짐 싸기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고민거리다. 여행가방에 무엇을 챙겨넣고, 어떻게 짐을 꾸려야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는지 여행고수들에게 물었다.
스텝1 필요한 물건 챙기기
여행지에서 필요할 것 같은 모든 품목을 방 바닥이나 침대에 늘어놓는다. 작년 휴가 때 가져간 옷이나 물건 중에서 입거나 쓰지 않은 품목이 보이면 과감하게 뺀다. 건전지는 국내에 비해 비싼 경우가 많으니 꼭 챙긴다. 유럽이나 미국 호텔에서는 칫솔과 치약을 주지 않으므로 빠뜨리면 안된다.
가장 신경쓰이는 건 역시 옷. 체류일정에 따라 매일 어떻게 입을지 머리 속에 그려본다. 패션스타일리스트 김희원씨는 “저지나 시폰처럼 구김이 덜한 소재로 된 옷을 주로 챙긴다”고 말했다. 상·하의를 조합해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이른바 ‘믹스&매치’ 연출이 편한 옷을 챙기는 것도 요령. 김희원씨는 “목걸이나 귀고리 같은 액세서리를 활용하면 여러 벌 가져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텝2 어떤 가방을 가져갈까
기업체 출장 전문여행사 BT&I 서혜성 실장은 “일주일이 넘는 여행이라면 기내에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캐리온(carry-on)보다는 조금 더 큰 가방이 알맞다”고 말했다. 짐을 기내에 가지고 타면 부친 짐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여행전문지 ‘도베’ 정성갑 여행팀장은 “외국 대형 공항에서는 이동거리가 길어서 트렁크 끌고 다니기가 만만찮고, 면세점에서 쇼핑할 때 번거롭다”고 말했다.
한두 곳에서 머문다면 딱딱한 트렁크도 괜찮다. 배낭여행처럼 이동이 잦다면 천으로 된 가방도 고려할 만하다. 정성갑 팀장은 “하드 케이스는 깨지는 경우가 많다. 천으로 된 가방이 찢겨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가방은 기본적으로 2개를 챙겨간다. 부칠 짐 하나, 기내에 들고 탈 작은 가방 하나. 김희원씨는 작은 크기의 바퀴 달린 트렁크를 기내용으로 활용한다. 김씨는 “남들은 하드 케이스를 캐리온으로 잘 쓰지 않지만, 편리하다”고 말했다.
스텝3 구김 덜 가게 옷 싸는 법
옷은 돌돌 말면 구김이 덜하다. 티셔츠나 셔츠 등을 가방 크기에 맞춰 세로로 접는다. 주름이 잡히더라도 가로보다 세로 주름이 보기 덜 흉하다. 끝단에서부터 목 쪽으로 단단하게 말아올린다. 여러 벌을 포갤수록 구김이 덜하다. 자주 이동해야 한다면 그날 입을 옷들을 하나로 만다.
여행가방 바닥에 바지나 치마를 접어서 놓는다. 원통형으로 만 옷들을 그 위에 꼭꼭 눌러 담는다. 가방을 수직으로 들었을 때 무거운 품목이 아래쪽으로 가도록 해야 덜 무겁다. 가방을 세워놨을 때 덜 넘어진다는 이점도 있다. 옷과 옷 사이 공간에 여벌의 신발, 상비약, 전자제품 코드나 부속장비, 속옷, 양말 등을 채워넣는다.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빈틈이 없을수록 좋다. 서혜성 실장은 “빈 공간이 있으면 짐이 흐트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짐은 항상 불어나게 마련. 정성갑 팀장은 “납작하게 접히는 여분의 가방을 챙겨가라”고 말했다.
여자라면 드레스, 남자라면 재킷 한 벌쯤은 챙겨간다. 정성갑 팀장은 “문화공연을 보러 가거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갖춰 입으면 자신감마저 생긴다”고 말했다. 트렁크를 보면 대개 뚜껑에 정장을 구겨지지 않게 수납하는 공간이 있다. 김희원씨는 “세탁소에서 쓰는 얇고 투명한 비닐로 뒤집어 씌운 다음 가방에 넣으면 장식이 많이 달린 드레스도 상할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글=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