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골목길을걷다

암베르성의 로키

최향기 2008. 1. 20. 01:23

 

 

 

          친구 로키에게

 

 

         "성문만 찍지 말고 저도 찍어 주세요."

         "사진을 찍었으면 보여주셔야지요.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

         "제가 멋있지요?"

         "당신이랑 이야기 하고 싶어요."

         "일행이 있다고요? 그럼 성 답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여기서"

                         

         

          성 답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로키의 말이

          자꾸 생각났어요.

          아주 잠시지만 가슴도 두근두근 했다니까요.

 

          답사를 끝내고

           짚차 운전사는 빨리 오라고 빵빵 거렸지만

          난 탈 수가 없었어요.

 

         옆에 서 있던 사람에게 물었어요.

         혹시 로키를 아느냐고

         안다고 했어요. 그대 친구라고 하더군요.

         다행이다 싶었어요.

         쓰던 펜을(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 전해 줄 물건이 그 것 밖에 없었어요.)

         그에게 주면서 로키에게 전해 달라고 했어요.

         지니가 기다렸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그 볼펜을 주머니 속에 쑤욱 넣고서는

         말을 전해주는 팁이라네요.

         그리고 곧 몇몇 사람들이 더 몰려 왔어요.

         자기도 로키를 알고 있다고....볼펜을 달라고요. ^^;;

         

         다시

         그 곳으로 갈 수는 없겠지만

         이 사진을 현상해서

         로키의 친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볼펜과 함께

         보낼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인도를 여행하면서

         그대와 같은 아름다운 몇몇 친구들을 만났어요.

         뜨거운 화덕에서 난을 굽는 친구

         타지마할을 산책하며 눈빛으로 이야기하던 친구

         작은 시골 마을 강가에서 함께 석양을 보던 친구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며 메일을 적어주던 친구

         갠지스 강가에서 시든 장미꽃을 내밀며 그냥 선물이니 받으라던 꽃 파는 어린 친구

         작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석규를 닮았다고 자랑하던 친구

         모두

         그대처럼

         아름다운 눈을 가진 친구들이었어요.

         하지만

         모두

         '나마쓰떼'하며

         두 손 모아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오직

         로키만 인사를 못하고 헤어졌어요.

 

         혹시

         이 사진과 글을 보면

         누군가 전해 줄 것 같아요.

         

         아름다운 로키.

         저는 약속을 지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