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아래 앉아

최향기 2008. 4. 9. 01:40

 

 

 

봄볕 아래 앉아 / 전 동 균




물 속에는
물 속에는
봄볕 풀리어 맑고 환한 물 속에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집 한 채 숨어 있네


오랫동안 기다렸던
사랑이
젖은 손으로 돌담을 쌓아 마당을 들이고
마당 한쪽엔 살구나무 심은 집


살구꽃 피면, 물방울이 터지듯
작고 붉은 꽃잎 속에서
겨울밤 하늘을 건너던 별들의 발자국 소리,
저녁을 굶고 하늘을 바라보던 아이의
숨죽인 울음소리도 들려 와


나는 두근대는 생의 맨가슴을
수많은 빛들이 출렁이는 물결 위에 얹어두고
내 속에서 흘러나오는
내 것이 아닌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이 세상을 지나가는 것들의
그림자를 비추어 주는
서럽고도
서럽고도 기쁜 노래,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