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우체국

2008년 11월 16일 일요일 보름달

최향기 2008. 11. 17. 13:04

 

 

 보름달

  

 낯설지만

 가을 밤 풍경이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산책길을 걸었어요.

 가로등이 만든 그림자 옆으로

 조금 진한

 그림자가 보였어요.

 

 

'아!'

 당신이군요.

 

 

 올려다 본 밤하늘에

 눈길 한 번 스치기만

 기다린 당신이

 저를 보고 있었어요.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나왔어요.

 잊고 있었던거....아니예요.

 늘

 보고 싶었어요.

 

 그 날이 되면

 방 안 가득 함께 이야기 했던

 그 아름다웠던 날을

 내 어찌 잊을 수 있겠어요.

 

 이사를 했어요.

 미안해요.

 우리 집에

 이사 온 아저씨에게

 부탁하고 또 부탁했어요.

 보름달이 뜨는 날

 당신을 기다려 달라고,

 그 때 까지 깨어있을 자신이 없다며

 '허허' 웃었지만

 언젠가....우리 집 주인이 된 그 아저씨도

 아름다운 당신을 만나게

 될거예요.

 

 그 날이 와도 

 당신을 볼 수 없음이

 이제

 기억만으로

 당신을 더듬어 가야하는

 아린 마음이

 아파서

 말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언젠가

 멈추어 흐르는

 멀리 보이는

 강 위에서

 두리번 거리는

 당신을 보았어요.

 행여 스칠까하여

 거실로 안방으로 건너방으로.......

 당신을 만날 수 없었어요.

 문을 열고

 또

 열어야 하는 

 문을 열고

 텅 빈 강둑으로 뛰어 갔어요.

 

 달무리는

 그대 얼굴을 가리고

 밤구름은

 당신의 눈을 가리고......

 

 방 안 가득 희미한 웃음과

 그 은은한 떨림으로

 밤이 새도록 이야기 하던

 날들은

 또 다른 기억들과 함께

 색색 보자기에 쌓아 두어야겠지요.

 

이 곳이

익숙하지 않아서

자꾸 서성거려요.

 

당신이

무지 그리운 날이예요.

 

 2008년 11월16일 일요일 <보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