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잘랄루딘 루미 지음 / 이현주 옮김
책소개:
문학을 통해 페르시아의 정신세계의 토대를 단단히 다져놓은 13세기 시인 루미의 시집. 신비주의의 본질, 교리, 교훈을 비유, 우화, 일화 등을 이야기 형식으로 읊은 <마스나위>와 3만 6천개의 시구로 이루어진 <타브리즈의 샴스 전집>에서 가려 뽑은 112편의 시편들을 수록하였다.
목차
나는 있습니다, 그리고 없습니다 / 사랑에 취하여 / 연인의 열정 / 나는 당신의 것 / 배경 뒤에 / 연인 / 당신 사랑의 불길 안에서 / 죽어라! /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 갈망 / 사랑에 굴복하여 / 내게로 오라 / 깨어남 / 연인들의 고뇌 / 막 뒤에서 / 사랑의 연금술 / 비둘기처럼 / 특권층 연인들 / 바위와 술잔 / 사랑의 의미 / 신화 속의 연인 / 사랑의 불길에 휩싸여 / 사랑 도살장 / 과수원
2
모든 것에 사랑을 걸어라 / 내가 당신이라고 말하라 / 피리 / 영의 마을 / 여인숙 / 이것 / 풀잎 / 겸허한 삶 / 내 혀처럼 생긴 / 모든 강에서 동시에 흐르는 / 깃발은 아니다 / 숨 / 누가 내 입으로 말하는 것일까? / 가로막힌 길 / 시 안에 계신 분들 / 북소리 / 바뀔 수 있다 / 젓대 소리 / 스승 / 그만큼 / 용서받을 어리석음 / 그늘과 빛 / 말도 안 되는 소리
3
새들의 노래 / 공 / 초 / 설탕 녹이는자 / 머리카락 / 중심 / 서로 안에 / 고요 / 모든 사람 속에 / 우리 사이 / 그대의 춤 / 절름발이 염소 / 꾀꼬리 / 모두 사라졌다 / 순경과 술꾼 / 그의 눈으로 / 씨앗 가게 / 문 / 그리스도 / 예수 / 티그리스의 물 / 회전
4
타오르는 내 가슴 / 달콤한 쓴맛 / 사랑을 찾아서 / 항복 / 신나는 흥정 / 소중한 사랑 / 사냥 / 당신 얼굴을 찾아서 / 신성항 불만의 고뇌와 황홀 / 사랑의 비법 / 샘을 향해 / 밤바다 / 사랑의 길 / 씨를 묻고 덮어라 / 거울 / 비파 / 물고기 / 태양 루비 / 독수리처럼 / 동방의 주인님 / 나는 작은데 / 두레박 / 대상 없는 사랑
5
신선함 / 잘된 일 / 불면증 / 탁발승 / 내 가장 고약한 버릇 / 이야기 / 솔로몬이 시바에게 / 이 모양을 카펫에 새겨 넣어라 / 앞에 아무것도 없다 / 중국 예술과 희랍 예술 / 어둠 속 코끼리 / 바람 속의 각다귀들 / 처마 밑 비둘기 / 투덜거리는 아이 / 목마른 물고기 / 주인을 위하여 / 고양이와 양고기 / 밀랍 / 냄비 속의 병아리 콩 / 갈대 피리의 노래
사랑, 그리고 신을 향한 황홀한 비행
천재 시인 루미는 10세기 이후 서남아시아에서 '문학의 신'으로 불리며, 문학을 통해 페르시아의 정신세계의 토대를 단단히 다져놓은 인물이다. 또한 이슬람의 대표적인 신비주의 단체인 마울라위 수피 교단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오른발로 빙글빙글 돌면서 추는 수피들의 춤과 황홀경에 빠져들게 하는 지르크 음악은 루미의 시구들에서 구체화된 것들이다.
루미의 시는 페르시아 문학의 독특한 특성인 음악적이고 리드미컬한 점을 지니고 있으며, 의미가 형식을 대단히 강하게 지배해서 전통적인 시형과 운율을 깨뜨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형식적인 체계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그러나 철저하게 전통적인 정교한 형식을 창조해내고 있다.
인간애를 충실히 실천했던 그의 정신세계는 8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시가 젊음이 넘치는 동시에 오래된, 오래된 동시에 젊음이 넘치는 영원의 세계에서 나온 노래이기 때문이다.
1207년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발흐에서 태어나고 터키의 코냐에 정착한 루미는 독실한 수피교도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높은 학식을 지닌 종교학자가 되었다.
그러다 방랑하는 수도승 샴스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그와의 신비주의적 토론은 루미에게 정신적인 혁명을 일으키고 가르침과 설교를 그만두는 계기가 된다. 이로 인해 루미의 가족들과 제자들의 반발을 사게 되고 어느날 갑자기 샴스가 사라졌는데 이는 루미의 측근에서 샴스를 살해했다는 소문을 남긴다.
이러한 샴스와의 만남과 이별은 루미의 작품세계에 반영되어 3만 6천개의 시구로 이루어진 <타브리즈의 샴스 전집>이 탄생하였다. 그는 이 작품에 자신의 이름대신 샴스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여 그의 존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증명한다. 루미의 또 한 권의 대표적인 책 <마스나위>는 신비주의의 본질, 교리, 교훈을 비유, 우화, 일화 등을 이야기 형식으로 읊은 책으로 신비주의 최고 서사시이다.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는 <마스나위>와 <타브리즈의 샴스 전집>에서 가려 뽑은 112편의 주옥같은 시들이다. 열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언어로 변하지 않는 절대적 진리를 노래하는 루미의 시는 목사이자 작가인 이현주(이아무개)를 통해 우리말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그 속엔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깊어지는 사랑과 진실이 담겨 있다.
피리
장인 하나 갈대밭에서 갈대 한 줄기
끊어 내어 구멍을 뚫고, 사람이라 이름 붙였지
그 뒤로, 그것은 이별의 슬픔을 아프게
노래하고 있다네. 피리로 살게 한 장인의
솜씨는 까맣게 모르고서
사랑에 취하여
당신의 사랑 때문에
맑은 정신을 잃었습니다
사랑의 광기에
취해 버렸습니다
짙은 안개 속에서
자신에게 낯선 나그네가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취하여
집으로 가는 길을 잃었습니다
정원에서 내가 보는 것은
당신 얼굴뿐이요
나무에서 꽃에서 내가 맡는 것은
당신 향기뿐입니다
사랑의 황홀함에 취하여
더 이상 주정뱅이와 술,
사랑하는 이와 사랑받는 이가
어떻게 다른지를 모르겠습니다
여인숙
인생은 여인숙
날마다 새 손님을 맞는다
기쁨, 낙심, 무료함
찰나에 있다가 사라지는 깨달음들이
예약도 않고 찾아온다
그들 모두를 환영하고 잘 대접하라
그들이 비록 네 집을 거칠게 휩쓸어
방 안에 아무것도 남겨 두지 않는
슬픔의 무리라 해도, 조용히
정중하게, 그들 각자를 손님으로 모셔라
그가 너를 말끔히 닦아
새 빛을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어두운 생각, 수치와 악의가
찾아오거든 문간에서 웃으며
맞아들여라
연인의 열정
연인은 오직 스스로 겸허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밤중에 당신 뒷골목으로
몰래 숨어듭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입 맞추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애태우지 마십시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을 향한 광기어린 사랑
속에서 그는
자기를 가둔 감옥의 사슬을 끊으려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