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일본 2. (아오모리)
아오모리. 2009년 10월 21일 ~ 23일 (No.54)
10월 22일 목요일.
아침 6시에 떠나는 셔틀로 어제 밤에 갔었던 산 속 온천에 다시 가려고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돌아본다. 밤 사이 비가 온 모양. 길과 나뭇잎들이 모두 젖어있다.
하늘에서 빗물에다 붉은물감과 노랑물감을 섞어서 나뭇잎에 골고루 뿌려준 게 아닐까.
붉은색과 노랑색을 더하면 주황색이 되는데.
아침에 다시 찾은 온천은 밤 처럼 환상적이지 않다.
아침에는 여러 명이 같이 가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다. 여행을 좋아하는 중년부인이 영어로 설명을
조금 해 주면서 나도 대화에 끼인다. 일본은 음식이 담백하고 온천이 좋고 생선을 많이 먹어서 장수하는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집 양반은 뭘 좋다고 말하는 게 없다.
나는 아침에 차를 놓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 때문에 잠도 푹 못자고 데리고 왔는데 에구 ~~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자유시간에는 호텔 주변 산책을 나간다.
이 부부는 움직이지 않고 이 곳에서 10여분 가량을 서 있는다. 경건해 보이기 조차.
나도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맴돌다 이 분들이 차를 타러 가고 난 후 다시 걷는다.
숙박자 전용의 아시유( 발 전용 온천 )가 숲 속에 있는데 아무나 차를 타고 온다.
해 묵은 이끼 낀 지붕이 세월을 말하는 듯 하고 주변 단풍은 유난히 곱다.
인생에서 우리는 지금 이 단풍철 쯤 되었을까. 봄부터 가을까지 살아내고 잎을 떨구기 시작하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 잎이 다 떨어진다 해도 새 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되겠지.
썰렁한 날씨지만 따끈한 물에 발을 한참 담그고 나니 몸이 가볍고 머리속 까지 개운해 진 느낌이다.
산소통처럼 맑은 공기. 아름다운 자연. 샘 솟는 온천. 무얼 더 바랄 게 있을까.
이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았는데 이 곳 냄새가 아직도 나는 것 같다.
낙엽에선 커피 볶는 냄새가 난다고 했던가.
각 자 점심식사 후 12시 반에 모이니까 시간이 넉넉하다. 새벽부터 서둘러 돌아 다녔으니.
나는 한 바퀴 더 돈다. 트레킹 코스가 긴 지 지도를 보며 사람들이 다닌다.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좀 따라가고 싶다. 하루만 머물기에는 너무 아쉬운 곳이다.
남편은 내게 이 곳에 일자리를 구하고 일하면서 일어도 좀 배우고 원하는 만큼 살라고 한다.
누구 정말 일자리 하나 마련해 줄 사람 없나여?
일본 사람들 일 하는거 보니까 나는 하루도 못하고 짤릴 것이다.
감격할 만큼 친절하다. 남편의 모자를 잃어 버렸는데 후런트 데스크에 잘 모셔 두고 있었다.
아오모리에서의 사과는 빼 놓을 수 없는 최대의 특산 농작물이다.
1875년 불과 3그루의 사과나무로 시작한 아오모리 사과는 이제 일본을 대표하는 사과가 되었다.
일본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종류만도 70여종에 달한다. 아오모리 시과는 일본에서 최상급으로
평가 받고있다.
1991년 가을 아오모리현에 태풍이 몰아쳐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떨어져 그 해 농사를 망친 사건이 있었다. 실망에 가득 찬 농부들에게 마을 이장이 제안했다.
" 우리에겐 10%의 남은 사과가 있다. 이 사과를 이용해 시험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합격 사과를 만들어 보자 " 사람들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 합격사과 브랜드를 만들어 내어 시험을 앞둔 학부모들을 상대로 보통 사과 값의 10배를 붙여 판매했다.
일본 전역의 수험생들 학부모에게 선풍적 인기를 끈 합격사과 덕분에 아오모리현은 태풍의 피해를 만회할 수 있었다는 아오모리 합격사과 이야기가 있어 옮겨본다.
관광센터 안에나 호텔 상점에나 모두 사과가 넘친다.
마침 사과 수확철이기도 하니 맛잇는 사과를 싫컨 먹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 많으니 질려서 먹지도 못하고 가방에 넣어 다니기만 한다.
쥬스, 잼, 파이, 말린 사과 별별 상품들이 많다. 모두 다 맛있다.
< 기적의 사과 > 이야기.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돌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어.
"힘들게 해서 미안합니다. 꽃을 안 피워도 열매를 안 맺어도 좋으니 제발 말라 죽지만 말아 주세요"
라고 사과나무에게 말을 건넸어요.
아오모리현 이와키마치에서 대대로 사과재배를 해 온 농가의 차남 기무라 아키노리.
모두가 불가능 하다고 했던 무농약 재배에 도전하여 10여년 만에 썩지 않는 사과를 생산한다.
2006년 12월 일본 NHK의 < 프로페셔널 - 프로의 방식 >에 소개되었고 온라인에서 3분만에 품절되는 사과. 이 사과스프를 먹기 위해서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합격사과>의 일화인 1991년 태풍 피해에도 기무라씨의 사과는 80% 이상 나무에 달려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과나무들과 달리 기무라씨의 사과나무 뿌리는 20여 미터나 더 깊고 사과 꼭지와 가지의 굵기가
다른 나무에 비해 더 굵고 단단했기 때문이다.
사과 스스로 만들어 내는 밀납성 물질 때문에 리놀산과 올레산이 증가하고 이 것이 껍질에 함유된
고형물질을 녹이면서 왁스성분이 증가되어 기름을 바른 상태처럼 끈적이게 되는데 이 때 가장 영양가 높고 먹기좋은 때임을 스스로 알려주는 기적의 사과.
신문에 소개되는 책의 제목과 소개만 읽고도 감명을 받은 그 사과가 바로 아오모리 사과였다니.
자동 판매기에서 원하는 음식을 번호로 선택해 식권을 사면 된다.
우동이 맛있다고 해서 골랐는데 왕 썰렁하다. 국물은 몹시 짜고 국수는 쫄깃하고 맛있다.
주변의 작고 아담한 우편국. 영화의 세트장 같다.
도와다 호수 가는 길에 오이라세계류 원시림을 지난다.
도와다 호수의 서쪽 기슭에서부터 14Km에 걸친 시냇물이 일본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삼림지대를
흘러 내리고 있다. 크고 작은 폭포와 변화가 풍부한 아름다운 계류이며 광엽수의 큰 나무들이 많고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카메라를 멘 많은 사람들의 도보 여행자들이 보인다. 계류를 따라 14 Km정도 산 길을 걸으면 딱 좋을 거리이다. 1928년 도와다 호수와 함께 명승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 되었다.
안내지도를 보니 야케야마에서 도와다 호까지 14.2 Km에 약 5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나와있다.
중간에 버스 정류장 5곳이 있고 계곡을 따라 나무 도보길을 하루 종일 천천히 걸으면 참 멋진 트레킹이 되겠다. 아무 재주도 없는 나는 그냥 걷는 것은 잘한다.
새로 산 카메라를 잘 못 맞추었는지 색이 모두 죽어버렸다. ㅉㅉ
자동으로 맞추다 Flash X 로 맞추다 내 마음대로 하다 망했다.
성능이 좋은 카메라는 내 디카처럼 막 찍으면 안 되는가 보다. 예민한 기계니까.
오이라세계류를 떠나 도와다 호수에 유람선을 타러간다.
짐은 다 싸들고 나왔으니 도와다 호수에서 고마키 온천으로 바로 이동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