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름을울

선생 2 / 이성복

최향기 2013. 2. 3. 23:51

 

 

 

 

선생 2 / 이성복

 

종강하던 날 영문과 여학생이 준

사탕 봉지에 카드가 들어 있었다

 

선생님게서 그토록 열심히

가르쳐 주셨건만, 형편없는

시만 쓰고 졸업하게 되었군요

 

그래, 그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공부했지만,

되도 않은 시나 쓰면서

그게 바로 시라고 가르쳐 왔으니

 

제사 때마다 나 글 잘 쓰게 해 달라고

빌던 어머니 보시기에도

지 애비 신문 났다고 무슨 경사

난 줄 아는 자식 놈들 보기에도

 

나는 부끄러운 시만 써왔으니

오래도록 영문과 여학생의 말은

귓가에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