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삭둥이
몰도바 / 최진엽
최향기
2014. 12. 14. 13:10
몰도바 / 최진엽
오후 3시에 떠나는 기차는
모두 몰도바행입니다.
숨겨진 남자와
일곱 개의 영혼을 가진 여자도
여우 탈을 씁니다.
그 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일도
지루합니다.
볼 수 있는 것은
엉켜있는 푸른 혈관들뿐
멈추는 간이역마다
담쟁이 휘감긴 벽입니다.
깊은 우물에서는
탬버린 소리가 납니다.
두 번은 여리게
세 번은 느리게
느슨하게 푸는 것도
당겨 연줄이 끊어지는 것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대의 심장근육을 초록뱀이 먹는 중이니까요
은밀한 침묵은
길고 노란 구실일 뿐
기차에서 내리는
달큰 날큰한 그녀
쉿!
몰도바에서는
눈은 닫고 입술만 열어야 해요.
<열린시학 2014 겨울호에서>
음 악 ; 집시열정의 대표곡 "MOLDOVA 몰도바"
연 주 ; 세르게이 트로파노프(Sergei Trofa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