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삭둥이

오후 다섯 시에 / 최진엽

최향기 2015. 10. 6. 21:37




오후 다섯 시에




파란빛이 쏟아지고

파란 입술의 여자가 걸어 나온다

오후 5

오후 5시에

가늘고 파란 뒷목도

길게 누워 있다

오후 5

오후 5시에

머리카락도

파란 유두도 젖어 있다

오후 5

오후 5시에

쇄골 사이로 흐르는 휘파람 소리

호모 에티쿠스의 풀어진 커프스 버튼 사이로

움직이던 스프링 소리가 멈췄다

오후 5

오후 5시에

새는 울음을 멈추고

파란 혈액을 수혈 중이다

오후 5

오후 5시에

등에 있던 아가미는

입술도 혀의 파란 통증도 삼켰다

오후 5

오후 5시에

후미진 도시 근교

파란 문을 나서는

두 그림자만

서두른다

오후 5

파란 오후 5시에



                   < 젊은시인들 / 2015년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