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 째 사람
아틸라 요제프, 1927년
일곱번 째 사람 / 아틸라 요제프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불난 집에서
눈보라 치는 빙원에서
광란의 정신병원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밀밭에서
종이 울리는 수도원에서
비명을 지르는 돼지우리에서
여섯 아이가 울었어도 충분하지 않아
너 자신이 일곱 번째 아이라야 해!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할 때에는
적에게 일곱 사람을 보여라
일요일 하루는 쉬는 사람
월요일에 일하기 시작하는 사람
대가 없이 가르치는 사람
물에 빠져 수영을 배운 사람
숲을 이룰 씨앗이 되는 사람
야만의 선조들이 보호해 주는 사람
하지만 그들의 재주로는 충분하지 않아
너 자신이 일곱 번째라야 해!
사랑하는 사람을 원하면
일곱 남자를 보내라
가슴을 담아 말하는 남자
자신을 돌볼 줄 아는 남자
꿈꾸는 사람임을 자부하는 남자
스커트로 그녀를 느낄 수 있는 남자
호크와 단추를 아는 남자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남자
그들이 날벌레처럼 그녀의 주위를 맴돌게 하라
그리고 너 자신은 일곱 번째가 되어라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시인이 되어라
시인은 일곱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대리석 마을을 짓는 사람
꿈을 타고난 사람
하늘의 지도를 그릴 줄 아는 사람
언어의 선택을 받은 사람
자신의 영혼을 만들어 가는 사람
쥐를 산 채로 해부할 줄 아는 사람
둘은 용감하고 넷은 슬기롭지만
너 자신이 일곱 번째라야 해
이 모든 것을 이루고 죽으면
일곱 사람이 묻힐 거야
품에 안겨 입에 젖을 문 사람
젊은 여자의 단단한 가슴을 쥐고 있는 사람
빈 접시를 내던지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이 이기도록 도와주는 사람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는 사람
밤새도록 달을 바라보는 사람, 그러면
세상이 너의 비석이 될 거야
너 자신이 일곱 번째 사람이라면
어머니 / 아틸라 요제프
어느 일요일 짙게 물든 황혼,
두 손에 컵을 든
어머니가
살포시
미소하며 앉아 있다.
어머니가 부잣집에 품을 팔아
작은 냄비에 담아 온 저녁거리.
부자들은 밥을 큰 솥 가득 해 먹는가 보다는 생각이
잠자리에 든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그마한 체구의 어머니,
세탁부들이 대개 그렇듯 일찍 돌아가셨다.
무거운 세탁 바구니를 옮길 때 떠는 다리,
다리미질이 주는 두통.
그들에게는 빨래더미가 산이고
다리미의 수증기는 구름이었으며
환경의 변화로는
지붕 밑 다락방이 있었다.
다리미질하다 쉬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점점 야위어 간 어머니의 연약한 몸은
결국 자본에 꺾였다. 생각해 보라,
그게 어떤 것인지,
나처럼 가난한 친구여.
어머니는 세탁 일로 몸이 구부정하여
나는 어머니가 아직도 젊은지도 몰랐다.
꿈속의 어머니는 말끔한 앞치마를 두르고
집배원의 인사를 받았다.
문을 열어 본다 / 아틸라 요제프
문을 열어 본다. 오래된 요리 냄새가
꾸물꾸물 물러가고
철제 발 달린 풍로가
맞은편 벽에서 으르렁거린다. 안에
아무도 없다. 열여섯 해가
지났는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캔버스 의자가 거기에 있어 앉아 본다.
훌쩍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거기에 안 계시다는 사실이 혼란스럽다.
납득할 수 없다. 어른스러운 척할 수야 있겠지만.
(흠 없이 꺠끗한 싱크대에서 빛이 난다.)
나는 어머니를 만지지 못했다, 괜찮았을 텐데,
사람들은 내가 죽은 어머니를 보지도 못하게 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득했다.
아틸라 요제프
저자 : 아틸라 요제프
저자 저자 아틸라 요제프 (ATTILA JOZSEF, 1905. 4.11-1937.12.3)는 20세기 헝가리의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사람이다. 1905년 4월 11일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1937년 12월 3일 발라톤사르소에서 자살했다. 요제프는 맑스의 사상에 끌려 당시에는 불법이었던 공산당에 입당했고, 1936년에는 문예비평지 [셉소]의 공동창립자가 되었다. 그는 개인적 체험에 근거하여 노동자 계급의 삶을 시로 그렸다. 요제프는 비애감과 부조리가 스며 있는 리얼리즘의 문체로 현대인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인생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조화에 대한 신념을 드러낸다. 실제적인 명성은 사후에야 찾아와 그의 비운을 돋보이게 하지만 요제프는 결국 헝가리 민중의 사랑을 받는 시인으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