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름을울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 박준
최향기
2016. 10. 30. 15:08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박 준
믿을 수 있는 나무는 마루가 될 수 있다고 간호조무사 총
정리 문제집을 베고 누운 미인이 말했다 마루는 걷고 싶
은결을 가졌고 나는 두세 시간 푹 끓은 백숙 자세로 엎드
려 미인을 생각하느라 무릎이 아팠다.
어제는 책을 읽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은 글귀를 발견했
다 대화의 수준을 떨어뜨렸던 어느 오전 같은 사랑이 마
룻바닥에 누워 있다.
미인은 식당에서 다른 손님을 주인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는 손발이 뜨겁다 미인의 솜털은 어린 별 모양을
하고 나는 손발이 뜨겁다 미인은 밥을 먹다가도 꿈결인 양
씻은 봄날의 하늘로 번지고 나는 손발이 뜨겁다
미인을 생각하다 잠드는 봄날, 설핏 잠이 깰 때마다 나는
몸을 굴려 모아둔 열(熱)들을 피하다가 언제 받은 적 있
는 편지 같은 한기를 느끼며 깨어나기도 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