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 사람들

최향기 2018. 8. 16. 16:59

산사람 이야기

오색 빛깔 설악산 오색 사람들
박재곤·《산따라 맛따라》 저자

천하절경이다. 이 가을 설악산에 가보면 이 말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설악산 중에서도 어느 곳이 가장 아름다울까. 그것은 사람의 눈에 따라 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천불동계곡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은 일반론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니다. 사람까지 살고 있는 천하절경은 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는 않으리라.
오색 빛깔 단풍으로 물드는 설악산 오색으로 가보자. 천불동계곡의 축소판이라는 오색에는 온천이 있고 약수가 있다. 어디 그뿐인가. 병풍 속 그림같은 아름다운 집들이 있고 오색 빛깔 멋진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
오색까지는 해발 1천 미터, 한계령 고개를 넘어야만 한다. 구름을 헤치고 또 헤치고 넘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바다 쪽에서 들어가는 길도 쉬운 것만은 아니다. 산 첩첩 몇 겹의 빗장을 열어제치고 달려야만 한다. 산길을 따라 고래등 같은 한옥의 민박집들이 늘어서 있다.
오색으로 들어서면 선녀들이 올랐다는 등선대 능선이 눈앞으로 펼쳐지고 점봉산 쪽으로는 40여 가구 민박마을이 깊은 산속에 감추어져 있다.
이 민박마을에는 <산장 한계령에서>라는 이름의 민박집이 있다. 주인은 정덕수 시인으로, 지난 봄에 결혼한 새 신랑이다. 야생화 정원 꾸미는 일이 생업이었던 노총각이 김포 땅 어디에서 정원 꾸미는 일을 하다가 한 처녀를 만났다고 한다. 시인은 경기도 남양주시 소리봉 밑에 있는 ‘하이디하우스’로 야생화 정원 구경을 가자며 처녀를 꼬셨다. 처녀는 ‘하이디하우스’ 같은 곳에서 ‘멋진 찻집’을 ‘동업’하자는 총각의 꼬임에 빠졌다고 했다. ‘동업’이라는 말이 한 집에서 사는 ‘결혼’이라는 말과 같다는 것을 노처녀(?) 박남희 씨는 나중에야 알았다고 하니. 쯧쯧.
유럽 알프스의 풍경보다 더 아름답다는 오색의 ‘그린야드호텔’에서 두 사람은 신랑의 초등학교 은사를 주례로 모시고 결혼식을 올렸고 신랑신부는 지금 ‘동업중’이다. 도시에서 초대된 하객들은 또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린야드호텔에서는 꼭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다. 오재범 이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우리나라 호텔업계의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그를 만나 보고 반하지 않는 남자라면 그 남자는 ‘목석 같은 사내’로 치부된다고 하니 꼭 만나보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오색에는 대형 가족호텔 그린야드호텔 말고도 모두가 나름대로의 특색을 지닌 작은 규모의 숙박시설 다섯 집이 더 있다.  이 중에서 ‘오색온천장’은 가장 오래된 터줏대감이고 집주인 방만웅 - 하춘자 씨 내외는 인정이 철철 넘친다.
‘약수온천장’의 주인 김용광 씨는 경희대 산악부 출신으로 미국 유학을 한 다음 인천에서 교직생활을 하다가 고향 땅 오색이 좋아 주저앉았다.
먹는 일은 언제 어디에서나 만백성의 하늘. 오색에서는 ‘남설악식당’을 빠뜨릴 수가 없다. ‘금메달의 집’이라는 별칭은 집주인 류석자 씨가 농촌진흥청에서 주최한 전국향토음식점 경진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데서 유래했다.
토속상가의 대표주자격인 ‘통나무집 식당’은 또순이라는 별명의 집주인 이순옥 씨의 철저한 프로근성으로 전국 각지에 수많은 단골들을 확보하고 있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오색약수터 위쪽에는 전통찻집 ‘예하원’이 있다. 꽃집 같은 찻집에서 소녀 같은 여인 문인하 여사를 만나보고 오미자차 한잔 마셔보는 것도 오색의 아름다운 오색 빛깔 추억이 될 것이다. 도봉산을 노래하는 목필균 시인은 이 집에서 ‘청송에 내려앉은 학’이라는 시로 문여사를 노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