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워킹 코스
봄 기운이 완연하다. 자리를 훌훌 털고 밖으로 나가 겨우내 쌓였던 지방을 태워 없앨 때다. 흔히 운동을 한다고 하면 달리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생각하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걷기’를 권한다. 수술에서 회복 중인 환자에게 의사들이 걷기를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여름 옷을 자신 있게 벗고 싶은 몸짱이 되고 싶다면 이제 신발끈을 질끈 묶고 워킹 코스로 출발하자.
걷기는 자유로운 운동이다. 다만 운동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일주일에 5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당히 먹는 사람이라도 하루 섭취하는 열량 중 보통 300Kcal가 남아 몸에 쌓인다. 시속 6.5km의 속도로 1시간동안 걸으면 340Kcal가 소모되기 때문에 체중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 최소한 이 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 게다가 빠르게 걷기는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물론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열량은 소모되므로 무리할 필요는 없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건강을 위해서는 체중을 줄이는 것보다 심폐기능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체중 감소가 목표라면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분당 최대 맥박수의 60~80%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대 맥박수는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값이므로 40세라면 맥박수를 108~144 사이로 맞춘다. 측정이 힘들다면 ‘대화는 하되 노래는 못 부르는 정도’로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목표가 설정됐으면 준비운동에 들어가자. 준비운동은 몸에게 ‘이제 운동을 시작한다’고 예고해주는 것으로 운동의 효과를 높일 수 있고, 부상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40세 이상은 걷기 전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적어도 5분 이상 해야 한다. 스트레칭은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는 것으로 시작해 허리 목 팔 다리를 풀어주는 동작으로 이어간다.
걷기는 혈압이 높은 아침보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자. 구두를 운동화로 갈아 신고 사무실 근처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등줄기와 허리를 곧게 펴고, 목을 세워 고개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한다. 땅을 디딜 때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하고, 앞꿈치로 차면서 앞으로 나간다. 조금씩 속도를 높이면서 맥박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며 걷는다. 물병 하나는 기본, 나머지는 구애받을 것이 없다. 운동 후 간단한 점심은 입맛을 돋우는 가장 좋은 양념이다.
일단 걷기를 시작했다면 일주일에 5일 이상 꾸준히 해야 한다. 처음 1주일은 4km를 1시간 동안 가볍게 걷는 것으로 시작해 매주 거리를 조금씩 늘려나가자.
한국워킹협회 윤방부 회장(연세의대 교수)은 “최소한 20분 이상은 해야 체내 지방이 소모되며, 식후 2~3시간 이상이 지난 공복에 하는 것이 살 빼는데 좋다”면서 점심식사 이전 운동을 권했다. 윤회장은 “뒤로 걷기, 맨발 걷기 등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얻는 것보다 위험이 더 크다. 일반적인 걷기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 허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