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② 홍어, 지옥 같은 향기 천국 같은 맛
구릿한 냄새와 톡 쏘는 맛 때문에 먹지 못하겠다면 억지로 먹지 않아도 좋다.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홍어의 진미를 아는 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할 판에 어중이떠중이에게 시식의 기회를 줄 필요는 없다.
세인의 평가가 이토록 극단적으로 갈리는 음식이 또 있을까. 혹자는 입에 대는 것은 물론 근처에 얼씬거리기도 싫다고 폄훼하지만, 마니아들은 없어서 못 먹는 것이 홍어다. 삭히면서 나오는 암모니아 냄새가 발효식품에 익숙한 우리에게도 고역으로 느껴진다.
홍어는 단백질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평상시에 자주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와 새우, 연어 등 많은 음식들은 대개 산성을 띤다. 그래서 홍어를 먹으면 체내에 쌓였던 산성 성분이 어느 정도 중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홍어를 돼지고기, 묵은 김치와 함께 먹는 삼합은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잘 맞는다. 한의학적으로도 삭힌 홍어는 더운 성질이어서 찬 성질인 김치, 돼지고기와 어울린다. 홍어를 탁주 안주 가운데 최고로 치는데, 탁주에는 홍어의 자극 성분을 부드럽게 해주는 단백질과 유기산이 들어 있다고 한다.
사실 홍어에 대한 극렬한 찬반양론은 '삭힌다'는 조리법에 기인한다. 흑산도에서 잡은 해산물을 뭍으로 운반하는 동안, 다른 생선은 썩어버리기 마련이지만 홍어만은 적당히 삭아서 오히려 맛이 배가됐다고 한다.
그래서 홍어를 잡는 흑산도에서는 생으로 먹고, 목포에서는 반쯤 삭힌 것을 좋아하며, 나주 영산포에서는 완전히 숙성한 것을 즐겼다고 한다.
흑산도 홍어를 잘 삭히면 향긋한 냄새가 나고, 살이 단단해지며 싸한 맛이 깊어진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취향이 각자 다르듯, 홍어를 삭히는 정도 역시 기호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홍어를 삭히는 기간은 온도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겨울에는 홍어를 지푸라기, 숯과 함께 단지에 넣고 밀봉한 후 15∼20일 정도 방치한다. 수컷보다는 암컷이 맛이 좋고, 당연히 칠레산보다 국산이 씹을수록 맛이 우러난다.
홍어 1㎏을 숙성시키면 물기가 빠지면서 700g으로 줄어들고, 내장을 제거하면 450g이 된다. 홍어의 제철은 가을부터 초봄 사이지만,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보면 '입춘을 전후해서 잡힌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임금께 헌상하는 진상품으로 기록돼 있고, 고종의 육순 잔치에도 상에 올랐던 홍어는 예부터 귀중한 음식이었다. 남도에서는 잔칫날 홍어가 나오지 않으면 잔치라고 인정하지 않을 만큼 중히 여겼다.
음식 맛있기로 소문 난 땅에서, 찾아서 먹었을 만큼 고귀한 홍어의 맛은 단순한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소설가 황석영 씨는 '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 버리는 맛의 혁명'이라고 고백했다.
목포에서 맛보는 흑산도 홍어는 혀로 맛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소금장에 찍은 꾸덕꾸덕한 홍어회를 씹다 보면 몇 초 후에 맵싸함이 목 뒤 쪽으로 넘어갔다가 비강을 타고 코 쪽으로 올라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몇 초'의 시간이다. 칠레산 홍어는 씹자마자 특유의 향이 나지만, 흑산도 홍어는 약간의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국산과 칠레산 홍어를 일반인이 구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산이 더욱 차지고 비릿함이 덜하며 뼈가 연하다고는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홍어를 파는 상인에게 물어봐도 "입이 알제. 묵어봐야 알제"라는 빤한 대답만 듣기 일쑤다. 물론 두 홍어를 연이어 먹어보면 맛의 차이가 확연히 감지된다.
홍어를 먹는 방법에는 크게 삼합, 탕, 찜이 있다. 아삭아삭하고 짭조름한 묵은 김치 위에 뭉글뭉글하게 찐 돼지고기의 사태를 올리고 초장에 찍은 홍어회를 함께 먹는 삼합이 가장 유명하지만, 내장을 넣고 끓인 탕, 적당한 크기로 자른 홍어를 찜통에 넣고 가열한 찜도 별미다. 특히 홍어탕은 거북한 속을 풀어줄 만큼 국물 맛이 시원하고 개운하다.
사진/이진욱 기자(cityboy@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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