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인디 7103 cafe.daum.net/in
일본의 동물원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
닛케이사의 BP 경영혁신상 등 그해 일본의 내로라하는 경영 관련 상을 휩쓸다시피 한 이 동물원은 정확히 10년 전까지만해도, 년간 방문객이 30만명에도 못미치는 경영 부진으로 시의회로부터 폐쇄 혹은 민간 매각 권고까지 받았던 동물원입니다.
그랬던 '부실'동물원이 이제는 년간 300만명이 넘는, 일본 최대의 '인기' 동물원이 된 것입니다. 코알라나 고릴라, 팬더같은 스타 동물 하나 없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그 명성 또한 가장 높은 도쿄 우에노(上野)동물원을 능가하는, 명실상부, 일본 최고의 동물원이 된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일제히 주목하기 시작했고 연구하고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사히야마동물원은 일본을 구성한 큰 섬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北海島)의 가운데 쯤에 위치한 인구 30만명의 소도시 아사히가와(旭川)의 시립동물원으로 1967년 문을 열었습니다. 크게 두드러지지도 않고, 그저 시민들의 산책로로 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무개성 때문이었는지 고만고만한 방문객으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적은 방문객으로 운영난을 걱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1994년 동물원의 스타 역할을 하던 고릴라가 사망하면서 아사히야마동물원은 위기를 맞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관람객이 계속 감소해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동물원의 최대 볼거리가 없어지자마자 년간 방문객 26만명이라는 최악의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직원들의 월급은 밀리기 시작했고 사료조차 살 수 없게 되자 시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결국 시의회는 시 재정만 갉아 먹는 이 '무능'동물원을 폐쇄하라는 결의안까지 채택하고 민간 매각을 종용하게 됩니다. 동물원의 입장에서 볼때는 참으로 치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그 즈음 동물원장으로 취임한 이가 고스케마사오(小菅正夫). 같은 동물원의 수의사로 근무하던 분이었습니다. 동물원을 살려야겠다는 의지로 뭉친 고스케원장과 25명의 직원들은 동물원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연구한 다음 본격적으로 리뉴얼을 시작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우선 주목한 것은 '행동 전시'와 '관점의 변화'였습니다. 통상적으로 동물원은 동물을 우리 속에 가둬 두고 그것을 구경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구경'을 다른 관점에서, 동물의 다른 형태를 보여주도록 한 것입니다.
아사히야마동물원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상징이 되어 버린 펭귄관입니다.
얼핏 보면 이게 뭐가 다른가하고 되물어볼 수 있지만 사람들은 여태껏 바라만 보던 펭귄을 '아래 쪽'이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면서 펭귄이 헤엄치는 것을 올려다 보게 되었고 그 몸짓이 마치 새가 하늘을 나는것처럼 보인다고하여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는 펭귄이 날아다닌다!'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사히야마동물원의 펭귄관도 다른 동물원들처럼 '평범한 시각'에서 서있는 펭귄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펭귄과 관람객의 거리가 조금 가깝다면 가까운 것이 특징이지만 여느 동물원의 전시 방식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사히야마동물원의 펭귄관은 그 '아래 쪽'을 개조함으로써 독특한 위상을 가지게 됩니다.
펭귄관의 '아래 쪽'을 요즘은 평범한 전시 방식이 되어 버린 투명 터널 수족관처럼 만들어 관람객들이 펭귄을 '올려다 보게' 한 것 입니다. 그게 뭐야...라는 의문을 쉽게 가질 수도 있지만 여태껏 '가만히 서 있는' 펭귄을 '내려다' 보거나, '바라만' 보다가 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헤엄치고', '마치 날아 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신기해했고 재미있어했고 끊임없이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자랑하고 설명하고 불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행동 전시'를 축으로 한 아사히야마동물원의 변신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북극곰도 그들의 수조 밑으로 유리창을 내 사람들이 그저 엎드려 있는 북극곰의 등짝을 바라 보는 것이 아니라 헤엄치고 움직이고 푸드드거리는 '살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북극곰 우리 한 쪽에는 UFO 모양의 반원구를 설치해 사람들이 그 곳을 통해 북극곰 우리 안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게도 했습니다.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북극곰 우리 아래 창고로 쓰이던 공간이 이제는 저기에 잠시 동안 머리를 내밀기 위한 사람들이 줄 서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시로 다른 사람들이 얼굴을 들이밀고 웃고 신기해하면 그것을 재미있게 바라 보는 북극곰. 전시 형태가 변하면서 동물들도 그렇게 새로운 변화를 보였습니다. 전시 '당하던', 혹은 전시 '되었던' 동물들이 이 기묘하고 발랄한 장치들을 통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구경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동물을 구경하는 동물원에서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 동물원...
아사히야마동물원의 폭발적인 성공의 또 다른 축은 바로 그러한 '관점의 변화' 였습니다.
'동물이 사람을 구경한다!'라는 관점의 변화가 가장 도드라졌던 것은 바다표범관입니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바다표범... 사육사 출신의 고스케마사오원장은 바다표범 수조 아래, 바다표범들을 가둬 둘 때 쓰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통로를 투명하게 만들고 그 주변을 관람객들이 접근할 수 잇도록 했습니다.
놀라운 변화는 그것을 구경하는 관람객이 아니라 바다표범이 가지고 왔습니다. 사육사나 수의사말고는 그저 먼발치에서 서성대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의 코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바다 표범은 수시로 그 통로를 드나들며 사람들을 구경했고 그렇게 바다표범과 눈이 마주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이야 '재롱을 부리는' 이 바다 표범이 얼마나 예쁘고 귀엽겠습니까만은, 바다표범 입장에서 생각하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새로운 구경꺼리들이 스스로 다가와 웃고 떠들고 재잘거리는게 되는 것입니다.
사자와 호랑이같은 맹수들도 지금까지는 '위험'때문에 가까이 두지 못했지만 유리를 이용해 바로 코 앞에서 그 표정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맹수들의 표정을 불과 몇 센티미터 앞에서 바라 본다는 것... 그것은 펭귄의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이상의 신선함으로 다가 왔습니다.
아이디어는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2001년에는 '오랑우탄의 공중(空中) 운동장'이라 이름 붙여진 오란오탄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는데
동물이 사람을 구경한다는 파격적 아이디어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원숭이, 오랑우탄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원의 모든 동물은 우리 속에 갇혀 구경을 당하게 됩니다.
그것은 사람이 동물과 접촉할 경우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을 줄이고 동물을 보호한다는 취지인데
그러다보니 동물 본연의 습성을 발휘하거나, 사람들이 관찰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아사히야마의 새로운 행동 전시 방법들이 그러한 점을 많이 개선해주었지만
'오랑우탄의 공중 운동장'은 오랑우탄의 생활 습관과 행동 양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숲 속의 오랑우탄이 높은 나무를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생활한다는 것은 <동물의 왕국> 1, 2편만 보고도 알 수 있습니다. 아사히야마동물원의 새로운 오랑우탄 우리는 바로 그 '쉬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오랑우탄이 사는 나무를 그냥 그렇게 재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오랑우탄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형태로 서식처를 꾸며 주고 그 곳에서 인간들을 구경하게 만들어 준 것입니다. 거기에 사육사들의 또 다른 아이디어가 얹어집니다. 오랑우탄이 좋아하는 바나나며 사료들을 일정한 곳에 두지 않고 끊임없이 바꿔 놓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습성이 잘 발휘되는 곳에서, 언제나 어디 숨겨뒀을지 모르는 사료들을 찾아 나서는 오랑우탄과 그리고 그 사이로 자신들을 '올려다 보는, 재미나게 생긴' 인간들...
참으로 기가 막히고 박수가 쳐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사히야마동물원의 또 다른 명물 '펭귄의 산보'는 또 다른 관점에서 아사히야마동물원의 상징일 수도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집단으로 모여 사는 동물원의 펭귄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과 각종 성인병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운동을 시키는데, 동절기 평균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홋카이도의 기후적 특성을 잘 이용해 공개적으로 펭귄들을 우리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입니다.
그저 그것 뿐이었습니다.
운동 부족이 염려되는 펭귄을 산책시키는 것...
그런데, 그 장면이 몇몇 매체에 소개되면서 오로지 그것을, 그 산책 순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그것은 동물원 입장에서는 예측조차 못한 기가 막힌 구경꺼리였습니다. 2004년을 기준으로해서, 폐쇄 권고를 받고 철치부심한지 채 10년이 되지도 않아 아사히야마동물원은 일본 최고의 동둘원 도쿄 우에노(上野) 동물원의 인기를 넘어 섭니다. 이 감동스러운 이야기는 <기적의 동물원>이란 제목의 방송용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기도 합니다.
방송이 나간 이후 관람객이 더욱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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