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모리. 2009년 10월 21일 ~ 23일 (No.54)
언제 부터인가 아오모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올 가을 단풍철에 시간을 맞추어 본다.
북위 41도 선상에 위치한 이 곳의 위도는 우리나라의 함경도 쯤 정도일테다.
혼슈 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현청 소재지이며 북쪽으로 쓰가루 해협을 사이에 두고
홋카이도가, 남서쪽은 아키타 현이, 남동쪽은 이와테 현이 있다.
홋카이도와는 세계 최장인 세이칸 해저터널 ( 53.85 Km )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 제일의 너도 밤나무 원생림이며, 벚꽃 가로수 길과 일본 제일의 유채밭도 가지고 있다.
여름의 아오모리는 일본 최대의 불 축제인 네부타 마쯔리가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고
가을은 일년 중 가장 화려한 단풍의 계절이며 11월 부터는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홋카이도를 제외하고는 가장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기후적으로 고립되어 오랜 역사를 지닌 아오모리현은
여느 지방과 다른 고유한 전통을 소중히 지켜오고 있어 진정한 일본의 참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른새벽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에 새로 개통한 인천대교를 지난다.
TV 에서 마라톤 경주를 보며 바닷길로 뻗은 고고한 대교를 감동적으로 보았는데,
밝아오는 아침 바다를 보며 21.38㎞의 다리를 시원하게 달린다.
다리는 인천항에 드나드는 배들의 통행을 고려해 U 자형의 곡선으로 건설되 창 밖으로
유려(流麗)한 모습을 볼 수 있다.
2005년 영국의 건설전문지 < 컨스트럭션 뉴스 >가 세계 10대 경이로운 건설 프로젝트로 선정할
정도로 첨단 공법이 총 동원되어 만들어졌다.
여의도 63빌딩 높이의 주탑 2개를 연결한 사장교는 주탑과 다리 상판을 케이블 208개로 연결해
지탱하는데 여기에 쓰인 케이블 길이는 서울과 부산을 15차례 왕복할 수 있는 11,964Km에
이른다고 한다
비몽사몽간에 버스에서 다리를 보는 순간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미끌어져 들어가는 듯한 느낌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다.
대공사를 치뤄낸 우리의 능력도 자랑스럽고 자부심 마저 느껴진다.
조명이, 긴 다리를 점점이 이어주는 안개 낀 새벽이나 밤 바다의 대교는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
그런데 인천대교라고 밖에는 이름을 지을 수 없었나?
세계에 내 놓을만한 공항과 대교에 모두 인천이라니.
10월 21일 수요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1시간 50분이면 아오모리 공항에 도착한다.
단풍구경과 온천이 테마인 일정은 바쁘지 않고 느긋하다.
자유일정인 이 상품은 공항에서 호텔직원의 안내를 받고 나머지는 알아서 지낸다.
예쁘고 상냥한 여직원이 나와 안내해 주는데 다른 일행들과는 구면인가 보다.
우선 공항에서 가까운 Shopping Mall에 내려주면 2시간 정도 자유시간이다.
점심도 먹고 쇼핑도 하고 각자 시간 보내기.
나는 먼저 수퍼마켓에 들어가 구경을 시작한다.
바닷가인 아오모리는 역시 생선이 흔하다. 싱싱하고 큼직한 초밥이 먹음직 스럽다.
호텔에 가면 곧 저녁 뷔페가 있을테니 점심은 간단하게.
점심먹을 시간이 아까워 나는 계속 구경하며 다니고 우리집 양반은 식당으로 간다.
접시를 몇 개 샀는데 포장지의 아이디어가 매우 놀랄만 하다.
부드럽지만 질긴 종이를 좍 피면 망사처럼 늘어나면서 크기를 조절해 포장하기 좋다. 히야 ~
어느 한 구석 흐트러짐이 없고 낭비되는 것도 찾아볼 수 없다.
식품재료들을 좀 사고 내 점심으로 찹쌀모찌를 한 상자 사서 버스에서 먹어야지.
사과 시식품을 맛보니 향이 얼마나 좋은지, 이런 사과향을 맡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비닐봉투 사이즈도 상당히 좁고 얇아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철저한 사람들이다.
경제대국인 일본인들의 자동차. 주차장도 좁고 길 폭도 상당히 좁다.
우리는 좋다고 큰 일제 자동차들을 타고 있으니.
이제 핫코다 山을 넘어 오이라세계류 호텔로 1시간 반 정도 이동한다.
핫코다 산은 일본 100대 명산 중의 한 곳이라고 한다.
가을 단풍과 겨울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이 곳은 산 정상까지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데 우리의 일정은 핫코다 산을 버스로 넘어간다. 달리는 버스안에서 찍은 사진들은 모두 흔들려서 공개하기에 적당하지 않지만 이번 여행의 하이 라이트는 단연 핫코다 산 드라이브 코스라고 말해야겠다.
대부분의 수종인 너도 밤나무는 보통 20m 이상 자라고 해풍이 있는 공기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란다. 울릉도에서는 천연기념물 제 50호 라고 하는데 우리 기후와는 잘 안맞는 수종인가 보다.
유럽의 공원에 가득 떨어진 단단하고 알토란 같은 너도 밤나무 밤을 주웠었는데 큰 거목들이었다.
수명이 긴 종류의 대표종으로, 枯死한 나무의 평균 수명은 약 900년 정도이며 이 때의 지름은 약 6m
정도이다. 줄기는 곧게 자라고 수피는 강철빛이 나는 회색이며 가을에 노란색으로 단풍이 든다.
노랗고 붉은 燈을 수 없이 달아놓은 휘장 속으로 들어가는 듯, 황금빛의 수채화 속을 지나는 듯.
양쪽에 줄지어 서있는 나무들의 화려한 단풍길은 잠시 이 세상 풍경이 아닌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온 것 같다. 일곱번 째 방문이라는 노부인들도 와 본 중 제일 좋다고 한다.
1,500여m의 정상쯤엔 이미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회색 기둥의 裸木 천지이다.
산 높이에 따라 단풍의 색깔과 정도가 달라 찾는 시기에 따라 다른 풍경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비도 내리다 곧 그치고 이 지방은 강수량이 많아 수목도 크고 겨울철에 눈도 그렇게 많이 내리나 보다.
정상에는 나무도 없이 너른 들판이 나타난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보니 오이라세계류에 거의 도착했나 보다.
쌀쌀한 공기와 바람에 흩 날리는 꽃잎 같은 단풍들을 보며 호텔에 도착.
3층 방 앞 전경이다.
저녁식사 전에 잠깐 온천탕에 들른다.
식사 후에는 셔틀버스로 근처의 노천온천에 데려다 준다니까 거기에 또 가보아야 하니까.
넓은 대중탕, 밖의 작은 노천탕은 온통 단풍나무 숲에 싸여 심신이 씻겨 내리는 듯 하다.
호텔의 식사는 좋다고 소문이 났는데 종류도 많고 깔끔하다.
우리집 양반은 신나서 여러 접시를 비운다.
나는 이 음식이 참 좋다. 호박, 감자, 고구마, 당근, 마, 콩나물을 찐 것인데 최상의 자연 맛 그대로이다. 다른 음식 때문에 조금밖에 못 먹은게 아쉽다.
스테이크와 즉석 가리비 구이도 맛이 아주 좋다.
무츠만에서 나는 아오모리 가리비는 단맛이 풍부해서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해산물의 비린내가 없기 때문에 회는 물론 조개구이, 버터구이등 여러가지 요리를 할 수 있다.
익히는데 시간이 걸려서 줄을 서야만 받을 수 있는데 부드럽게 감칠맛이 나는 조개이다.
2층 라운지는 통 유리로 사방 산에 둘러싸여 전망이 특히 좋은데 나는 밤에 커피를 마실 수 없으니
오며 가며 둘러 보기만 한다.
겨울 온통 눈이 쌓였을 때 이 모닥불은 활활 타오르고 분위기가 기가 막히게 좋다고 한다.
혼자 온 주부는 수십 번을 다녀 갔다고 한다. 좀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그럴만도 하겠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에 돌아오니 이부자리가 깔끔하게 펴져있다. 이런 호강이~~
나는 또 산 속의 노천온천에 가려고 세면 주머니를 껴안고 나간다.
그 곳에는 물 밖에 아무것도 없어서 타월을 가지고 가야한단다.
캄캄한 산 길을 10여분 달려서 도착한 산 속 온천. 도쿄에서 온 부부와 나. 달랑 세 사람 뿐이다.
이렇게 작은 산 속 온천에서 나 혼자 독탕을 하는 호사를 누렸으니.
옆 계곡에서는 물소리가 시원하고 쌀쌀한 산 기운이 뜨거운 물과 만나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옆의 탕은 혼탕이라 부부가 같이 들어간다.
여탕에서는 남탕으로 들어가는 쪽 문이 있고 남탕에서는 여탕으로 건너올 수 없다.
부인이 불러서 가보니 탕이 넓고 바위도 있어 몸을 숨기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온천물의 성분은 유노하나라고 하는 광물질이 꼭 때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온천수이다.
벳부에서 유노하나 재배지 라는 곳을 보았는데 이 곳 온천은 자연 유황온천 인가 보다.
돌아오는 길에 친절한 기사는 우리가 도쿄와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그럼 아오모리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캄캄한 공터에 불을 모두 끄고 하늘을 보니 은하수가 흐르고 보석처럼 빛나는 수 많은 별들이 하늘에 가득 박혀있다. 아, 갑자기 실크로드의 밤 하늘이 생각난다.
기사는 신이 나서 손으로 가리키며 별자리 설명을 한다. 아마 별 해설가 쯤 되시는게 아닐까.
나는 그냥 하이 하이 대답만 한다 ㅎㅎㅎ 벙어리처럼 입 꾹 다물고 있을 수도 없고.
늦은 밤 라운지에는 정다운 사람끼리 도란 도란 노변 (爐邊) 정담이 오고간다.
잠 자기도 아까운 밤. 가슴엔 별이 가득한 듯 환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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