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 수도 없고 잠들지 않을 수도 없는 아침에 나는 가까운 산으로 내려온 하늘의 푸른 맨발을 본다 그리고 처음 보는 아침의 가깝고도 먼 곳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여 너는 지난밤 무거운 공기들의 외투를 벗고 눈부신 알몸으로 빛나고 있구나 정녕 아무런 걱정도 없이 너를 드러내 보이는 이 순결한 아침의 햇살 속에서 사월의 투명한 대기는 참혹한 기쁨에 온몸을 떨고 나의 불면은 더이상 아무것도 노래할 수 없구나 그리고 내 오랜 그리움으로도 다다를 수 없는 곳에서 흙들의 사랑은 함부로 꽃들을 피워올리고 있다
보이는 곳의 사랑들은 모두 움직이고 있구나 태어난 자리에서 뿌리 깊은 사랑을 하는 온갖 나무들이여 저마다의 격렬한 희망을 표명하며 흘러가는 오 짐승이여 강물이여 너희들이 흘러가서는 마치 최초의 기쁨으로 스며드는 오, 그 알 수 없는 정밀한 욕망의 나무를 나에게 나에게만 가르쳐다오 나는 스무 해가 넘게 아무도 모르는 나 혼자만의 은밀한 나무를 꿈꾸어 왔나니 그 나무에서는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꿀과 같은 열매가 열리고 잎사귀들의 미풍만으로도 나는 늘 달콤하고 아늑한 꿈길에 드나니 오, 사월의 나무여 너의 수액으로 가는 길을 나에게 나에게만 가르쳐다오
너에게로 가기 위하여 나는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 끝에도 머무르지 않았고 구름의 사소한 슬픔으로도 머무르지 않았었느니 정녕 바람의 온갖 예언들은 알고 있었으리 내가 왜 스스로 가장 작은 지상의 벌레가 되어 땅속의 땅속의 지하수로 가는 동굴을 파고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