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의 밤 / 최진엽
밤새 내내
그리움과 싸우다 지쳐
창에 기대어 서니
문도 열기 전에
달빛 온몸 던져 밀려옵니다.
달빛 한 올 한 올 감아
정성스레 수를 놓고서
텅 빈 하늘에 펼쳐 놓았는데
조심스레 밟고 가는 발자국마다
서러움은 왜 그리 밟히는지요.
모두들 겨울이라 말을 하지만
가을이 아니고서야
햇무명 같은 그리움이
이리도 서럽게 쏟아져 오겠습니까
구멍 뚫린 가슴으로
아직도 그대 곁에 머물러 있음은
십일월 오늘밤이
가을이기 때문입니다.
<문학공간 201년 1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