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역 / 최진엽
이제 더 갈 곳도 없다
숨 고르며 도착한 기차 앞
막다른 골목으로 바닷물이 출렁인다
오래된 겨드랑이 냄새로 채워진 대기실에는
떠날 곳 없는 사람들
텔레비젼 화면으로
텅 빈 시선들이
흘러내린다
한번도
꽃이라 불린 적 없고
씨 맺어 본 적 없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
바다로 뿌리 내려
잠시 목을 축인다.
불타도 더 이상 수리하지 않는
시내 건물 간판에
떠나지 못한 이야기들
루미나리에 불빛에
흔들리며 걷는다
사랑에 탈진한 너
이곳으로 오라
잠자는 기차를 깨워
떠나지 못한 그들을 태우고
먼
머언
바다로 가자
사랑,
허물 뿐인,
사랑 없는 곳으로
<문학공간 2010년 11월 호>
Alone on the Road (나홀로 길을 걷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