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남발의 시대 / 하선영
하선영
여러분, 사랑해요.
사랑하고 있어.
엄마, 진짜진짜로 사랑해
선생님, 정말 사랑해요.
커다란 비누방울을 만들어내는
내가 들어가기에 참 넉넉한
사랑의 광선총은 연일 바빠.
어린 시절 난 얼마나 부러워했나
넘실넘실 둥근 비누방울 안에서
춤추듯 가는 모습을 보며
비누방울에 갇힌 나는
분명 투명하고 아름다울거라
환상은 점점 부풀어올랐지
하지만 운 나쁘게도
질긴 돼지 순대보다
공업용 견고한 랩보다
더 질긴 실줄 같은
두둥실 사랑의 비누방울 속엔
숨막혀 허우적거리는 내가 있다.
사랑해. 사랑해
시간이 지날수록 목 졸리는
둥둥 사랑 남발의 헛발질
사랑, 그 남발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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