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리에서 / 최진엽
조바꿈을 해야 하는 저녁
모래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A코드로 시작해서 C로 가야 해
자연스러움을 유지한다는 것은
Bb코드를 잡은 손가락에 늘어진 실밥을 당기는 것
당신은 벌써 죽었고 나도 죽은 지 오래 되었어
만질 수 없는 것과 네모난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어느새 여섯 시
사라져 버릴 새로운 계절이 도착할 시간
제발 목소리를 줘
내가 부르는 이름을 새들이 쪼아 먹지 못하도록
몇 겹에 고요도 허락해줘
조금씩 길어진 더듬이들이
침착하게 어둠에 접히고 있어
얇은 문틈에서 들리는 당연한 주문들
철썩 비틀비틀 철석
다시 조바꿈을 해야 하는 시간
A코드로 되돌려야 해
모음 몇 개면 충분히 경건할 수 있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나와는 다른 종족이라는 것뿐
경계가 거짓말을 하면 그 말은 진실이야
들켜버린 리듬은
오른쪽으로 굽은 악보에 넣고
해안선 따라 불안한 새벽이 날기 시작하면
할당된 곡선이
바라던 대로 사라져야 할 때
둥글게 말아 잠들어야 할 때
웹진 『시인광장』 2016년 5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