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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삭둥이

신두리에서 / 최진엽



신두리에서 / 최진엽



조바꿈을 해야 하는 저녁

모래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A코드로 시작해서 C로 가야 해

자연스러움을 유지한다는 것은

Bb코드를 잡은 손가락에 늘어진 실밥을 당기는 것

당신은 벌써 죽었고 나도 죽은 지 오래 되었어

 

만질 수 없는 것과 네모난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어느새 여섯 시

사라져 버릴 새로운 계절이 도착할 시간

 

제발 목소리를 줘

내가 부르는 이름을 새들이 쪼아 먹지 못하도록

몇 겹에 고요도 허락해줘

조금씩 길어진 더듬이들이

침착하게 어둠에 접히고 있어

얇은 문틈에서 들리는 당연한 주문들

철썩 비틀비틀 철석

 

다시 조바꿈을 해야 하는 시간

A코드로 되돌려야 해

모음 몇 개면 충분히 경건할 수 있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나와는 다른 종족이라는 것뿐

경계가 거짓말을 하면 그 말은 진실이야

 

들켜버린 리듬은

오른쪽으로 굽은 악보에 넣고

해안선 따라 불안한 새벽이 날기 시작하면

할당된 곡선이

바라던 대로 사라져야 할 때

둥글게 말아 잠들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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