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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삭둥이

바닥 / 최진엽



    바닥 / 최진엽

 

책 두 권과 칫솔 하나

옷장을 겸한 홀로그램 셋

어제는 벽을 밀어 벽에 붙이고

오늘은 바닥을 밀어 바닥을 쌓아야 한다.

물구나무를 설 필요는 없다.

서른두 번의 여름과

서른일곱 번의 겨울이 지나가는 동안

발바닥과 방바닥 사이에는

비현실적인 리듬만 남아있으니까.

어디 한 번 밀어 볼까?

복잡한 서류 없이 간편하게 이용하는 저녁 여섯 시

수수료 부담 없는 침묵

고객님의 신용을 안전하게 지켜 주는 주말 오후까지

잘 맞추어 밀어야겠다,

동쪽으로 일곱 개 겹쳐있으니

조금 힘이 드는군.

바닥의 바닥이

그 바닥에

바닥은 다시 바닥

새파랗게 질린 팽이가

멈출 때까지는 기다려야겠다.

젖은 고양이다.

잠들지는 마요.

일인용 침대 사용이 금지된 곳이니까요.



現代詩文學 2016년 겨울호



Vladimir Horowitz ,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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