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 최진엽
두통약을 미리 먹어 두세요
그래야 출구를 찾을 수 있어요
색칠한 쪽에서 들려오는 소문은
믿지 마세요
거리를 뛰어다니는 분홍 토끼니까요
상자 안으로 사라지는 것들은
모두 표시해 두었어요
튀어 나올 수 있는 것은
탄력 좋은 고무줄에 묶여 있는
분홍 토끼뿐이에요.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눈 뜨면 다시 제자리인 것에 대한
설명은 꼭 해 주세요
오른 쪽으로 접혀진 시간은
왼쪽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알약 녹는 시간은 길지 않아요
두통도 곧 멈출 거에요
[출처] 상자 - 최진엽 ■ 웹진 시인광장 2018년 4월호 신작시 (통호 제108호)【웹진 시인광장 Webzine Poetsplaza SINCE 2006】|작성자 웹진 시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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