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칠삭둥이

상자 / 최진엽




상자  /    최진엽

  두통약을 미리 먹어 두세요

  그래야 출구를 찾을 수 있어요

 

  색칠한 쪽에서 들려오는 소문은

  믿지 마세요

  거리를 뛰어다니는 분홍 토끼니까요

 

  상자 안으로 사라지는 것들은

  모두 표시해 두었어요

 

  튀어 나올 수 있는 것은

  탄력 좋은 고무줄에 묶여 있는

  분홍 토끼뿐이에요.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눈 뜨면 다시 제자리인 것에 대한

  설명은 꼭 해 주세요

 

  오른 쪽으로 접혀진 시간은

  왼쪽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알약 녹는 시간은 길지 않아요

  두통도 곧 멈출 거에요


 

   

 

 

 




[출처] 상자 - 최진엽 ■ 웹진 시인광장 2018년 4월호 신작시 (통호 제108호)【웹진 시인광장 Webzine Poetsplaza SINCE 2006】|작성자 웹진 시인광장





'칠삭둥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함에 대하여 / 최진엽  (0) 2019.01.08
11월 / 최진엽  (0) 2017.02.06
바닥 / 최진엽  (0) 2017.02.06
coolwise 마음  (0) 2016.10.01
문득 시인님 최대한 멀리로의 길에서  (0) 201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