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최진엽
불빛이 고요한 동네로 가요
교차로 앞에 신호등은
바뀌지 않을 거예요
젖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은 안돼요
반 박자 빠르고
한 박자 느리게 쫓아가는 것은 괜찮다고 했어요
골목길 모퉁이에
비둘기는 깨우지 마세요
가장 오래된 노래가 들려요
한 발씩만 늦게 따라오는 발소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어둠과 서둘러 달아나는 남자 사이에
경계가 지워지면
그림자도 불을 꺼요
돌아가는 뒷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었어요
잠든 모든 것들이 안쓰러워
흑백사진에 흰 눈 쌓이기 전
오래도록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해요
現代詩文學 201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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