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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우체국

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 / 황석영 / 창작과 비평사 / 2000

 

 

  무릉도원.

  상그릴라.

  유토피아

  바위틈 사이로 걸어 들어가 만난 색색가지의 꽃이 만발한 세상.

  당신과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고 있는

  또

  다른

  현우와 윤희와 영태와 미경이들은

  오늘도

  그

  없는 것들을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나요?'

  그녀의 물음은

  아직도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그네의 물음에서

 

  

 우리 들이 시작한 곳에 서서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그네의 딸 은결이와

 우리의 아들이 서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저린다.

 

                2007.9.14.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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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들  /  브레히트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저 두루미들을 보아라!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멀리 날아가 버렸을 때, 그들 곁에 있었던

                   구름도 함께 흘러갔다.

                   같은 높이와 같은 속도로

                   두루미와 구름은 그저 나란히 있는 듯 보인다.

                   두루미와 구름이 함께 지나가는 모습은

                   아름다운 하늘을 함께 나누어 가진 듯하다.

                   이제 나란히 누워 있듯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서로에게

                   눈에 보이고 영원할 것만 같은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상대방뿐이다.

                   이렇게 두루미와 구름은 바람에 의해 무의 세계로 빠져들지 모른다.

                   서로가 덧없이 사라지지 않고 함께 머무르는 한

                   아무것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으며

                   비가 오거나 총 소리가 나지 않는 한

                   어디서도 그들을 쫓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둥그런 해와 달이 지나가도

                   서로에게 푹 빠진 채, 그들은 끝없이 날아갈 것이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는 거냐? -아무데로도 가지 않는다.

                   누구에게서 떠나 왔느냐? -모든 이들에게서.

                   당신들은 묻는다. 그들이 함께 있은 지 얼마나 되었느냐? -조금 전부터다.

                   그들은 언제 헤어질 것이냐? -곧.

 

                   이처럼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한 순간의 멈춤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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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 Bertolt Brecht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갑자기 검붉은 색깔의 어린 장미가 가까이서 눈에 띄는데
 
            아, 우리가 장미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왔을 때,장미는 거기에 피어 있었다.
 
 
            장미가 피어 있기 전에는,아무도 장미를 기대하지 않았다.
 
            장미가 그곳에 피어 있을 때에는, 아무도 장미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 출발도 한 적 없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했구나.
 
            하지만 모든 일이 워낙 이렇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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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살림의 단순한 일상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사업이 아닌가요. (상 233)

- 우리가 함께 법석대며 정성을 쏟아 만들어놓은 눈사람이 한낮의 햇볕에 녹아 내리고

   붙여 놓은 눈,코,입이 떨어지고 몸통까지 녹아내려 발길에 진창이 되어 버린 일상이

   무심하게 거리에 남아 있겠지요. (하218)

-이런 축제가 얼마 안 가서 끝난다는 걸 저 사람들은 모를 거야.

  하지만 인간을 제한하던 것들이 사라지는 장면은 언제나 멋져.(하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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