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서정주
저는 시방
꼭 텡 비인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텡 비인 들녘 같기도 하옵니다.
주여(이렇게밖에 당신을 부를 길이 없습니다)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든지.
몇 마리의 나비를 주시든지.
반쯤 물이 담긴 도자기와 같이 하시든지
뜻대로 하옵소서
시방 제 속은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워진 항아리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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