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는 날 / 곽재구
생각한다
봄과 겨울 사이에
무슨 계절의 숨소리가 스며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이에
벌교 장터 수수팥떡과
산 채로 보리새우를 먹는 사람들 사이에
무슨 상어의 이빨이 박혀 있는지
생각한다
눈 오는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南과 北 사이에
은서네 피아노 가게와 종점 세탁소 사이에
홍매화와 목련꽃 사이에
너와 나 사이에
또 무슨
病은 없는지
생각한다
꽃이 진 뒤에도
나무를 흔드는 바람과
손님이 다 내린 뒤에도
저 홀로 가는 자정의 마을버스와
눈 쌓인 언덕길
홀로 빛나는 초승달 하나
또 무슨
病은 깊은지
'봄름을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에 빠지지 마세요 (0) | 2008.05.03 |
---|---|
비 (0) | 2008.04.26 |
나는 꿈 꾼다 (0) | 2008.04.09 |
기도 (0) | 2008.01.20 |
모든 날개짓이 두렵네 (0) | 2007.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