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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름을울

사랑이 없는 날

            

 

      사랑이 없는 날  / 곽재구




      생각한다
     봄과 겨울 사이에
     무슨 계절의 숨소리가 스며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이에
     벌교 장터 수수팥떡과
     산 채로 보리새우를 먹는 사람들 사이에
     무슨 상어의 이빨이 박혀 있는지

    생각한다
    눈 오는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南과 北 사이에
    은서네 피아노 가게와 종점 세탁소 사이에
   홍매화와 목련꽃 사이에
   너와 나 사이에

   또 무슨
   病은 없는지

   생각한다
   꽃이 진 뒤에도
   나무를 흔드는 바람과
   손님이 다 내린 뒤에도
   저 홀로 가는 자정의 마을버스와
   눈 쌓인 언덕길
   홀로 빛나는 초승달 하나

   또 무슨
   病은 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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