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청년회관 / 최진엽
나가라는 소리인지
들어오라는 말인지
남루한 스티커 문구가
아직도 호령한다.
깨진 마당 틈에 자란 무성한 풀
이끼 낀 돌벽돌 옆으로
빛바랜 교복들이 걸려 있다.
잘 잠궈진 문
가만 밀어보니
그리운 이들 가득 모여 있고
지나는 바람 드나드는
깨진 창문 틈으로
책 읽는 내 소년의 발그레한 모습에 웃음이 가득하다.
어른이 되어 떠난
그들의
젊은 이야기를
아직은 남겨 진
몇몇 가구들이
꼬옥 끌어안고 있다.
당기라는 문을 열고
폐문이라는 문을 닫고
이제는
기억도 가물거리는
꿈을 이야기한다.
<문학광장 2009년 10월 호>
BI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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