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인데 / 최진엽
텅 빈 밤
텅 빈 방에서
누군가를
떠 올리며
묻고 싶은데
생각 마저
텅 비어 버렸습니다.
목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삼키고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토하고 싶었는데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하는지
다 잊었습니다.
이 만큼의
세월을 살면서
아직도 이해 못하는 것들
투성이인
삶을 생각하면
한참이나
가슴을
두드려야
숨을 쉴 수 있습니다.
탁,
탁!
탁?
탁,
숨을 내뱉고
밤하늘을 봅니다.
내 나이 불혹인데…….
<부표 , 2004년 봄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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