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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삭둥이

답십리에 가면

 

 

 

 

 

      답십리에 가면/ 최진엽

 

 

 

      지하철 5호선을 타고
      답십리역 2번 출구에 서면
      방금 전까지 들리던
      지하철의 기계음
      시끌벅적하던 도심은 사라지고
      역과 역 사이의 틈 5와 7분의 2구역에
      길이 하나 열린다.

      건물 밖 절구통은
      자주빛 댕기 환영 따라
      무심하게 흩어지는 구름 한 점 바라보고
      코 없는 부처님 가게 앞을 지키고
      후줄근한 간판 사이로
      풍경에 매달린 고기 한 마리
      비 머금은 바람타고 헤엄친다.

      도시의 소음을 꿀꺽 삼키고
      한바탕 웃음으로 멈추어 버린
      달마대사의 넉넉한 배밑
      풀어진 잠방이가
      지나는 사람들의 옷깃을 당긴다.

                                                                                       
                                                                                                    <문학광장 2009년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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