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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삭둥이

우물가의 여인

 

 

 

우물가의 여인 / 최진엽

 

여민 단추 사이로
더운 바람이 냉동된다
여섯 남편을 잉태한 몸으로
해를 안고 외줄을 타는 곡예사가
들리지 않는 노래를 한다

외로운 하늘을 쳐다본다
그 시선이 빗금을 그리고
금 사이 날이 서고 눈자위에
흩어지지 못하는 바람이 서 있다

목적지 없는 항해다
원시시대를 찾아가는 탐험가일까
야위어가는 내게 눈길을 준다
흔들리는 눈총을 모아 태워
어두운 가슴을 밝힌다

밤 기다려 물 길러온 여인
갈증을 채운 그녀
그를 기다려 또 우물가에서 서성이다

 

 

<해설>

한국 여인의 한을 ‘우물가의 여인’이라는 모델로 등장시킨게 이채롭다. ‘우물가’라는 공간적 배경과 물 긷는 두레박 그리고 텅 빈 하늘, 기다림의 시간 등이 여인에겐 있었던 것이리라. 또한 여인과 물의 이미지가 잘 교착이 되어 여성상을 물로 상징시키고 있는 것도 신선하게 와 닿는다. 사랑과 고독과 애환, 무상 이런 것들이 여인의 삶속에서 지울 수 없는 덕목이리라.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서지월]

 

                                                    (출처- 대구신문 2007.4.1 시가 있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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