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낯
바다가 보이는 우체국 옆집에서 살았으면 했다.
밤새 내내 쓰다 지우고 또 쓴
시 한 편
내 그리운 친구에게 보내러 갈 때
철석이는 파도 소리가 들렸으면 했다.
쓰다 지운 이야기 그림으로 그려
바다에 물든 하늘 색을 칠하다
나도 물들고 싶었다.
#2 어설픈 저녁
깨어있는 많은 사람들 사이로
가로등이 밀려왔다 밀려 간다.
#3 잘 익은 밤
밤새
그렁 거리며 밤을 깨우던
어선들의 피곤한 불빛이
먼 바다에 그물을 던진다.
실오라기 한 줄로 옷을 입은 그녀가
바위 틈 사이에 촛불을 켜고
굳어진 촛농사이에
태워진 사진 한 장
#4 그리고 새벽
그녀는 또 시를 쓴다.
그녀의 시를 읽는 사람은
그녀 뿐이다.
분침을 돌리고
시침을 돌린다.
아침 9시가 되어야
우체국 문이 열기 때문이다.
바다가 보이는 우체국 옆집은 빈 공터다.
#5 띨한 그녀
공터에서 살다.